오래전,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만화가 히트쳤습니다. 덕분에 와인 소비가 확 늘었지요. 개인적으로 커피의 향과 맛도 또다른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울만큼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와인과는 결이 다르지만요. 오늘 소개해드릴 카페 '딸깍발이'에서는 원두, 로스팅, 핸드드립. 세가지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커피를 선사합니다.
충무로역에서 조금 걷다가 조금 한적한 어느 골목어귀에 있는 딸깍발이. 갓모양의 로고가 인상적입니다.
어쩐지 문을 열면 듣도보도 못한 마법상점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곳에 들어서면 깔끔하고 세련된 프렌차이즈 카페들과는 다른, 좀 더 밀도있는 시간과 공간이 펼쳐집니다.
'딸깍발이'는 남산골 샌님을 뜻하는 말인데요. 그들이 신고다니던 나막신이 내는 소리에 빗댄 별칭이자 청렴, 결백, 지조 등 선비정신의 미덕을 그린 국어학자 이희승의 수필 제목이기도 합니다. 상호에서 연상되듯 이곳의 대표 원두는 '선비의 정신'입니다. 국제 커피로스팅 대회 우승에 빛나는 원두지요.
딱 보이는 홀도 밖에서 보기보다 제법 컸는데 곳곳에 나눠진 공간들도 꽤 있었습니다. 들여다볼수록 독특하고 매력적인 곳이네요. 또한, 딸깍발이는 맛있는 카페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와 문학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태도를 갖춘 곳입니다. 오래전부터 독서모임을 꾸준히 이어오는 곳이기도 하죠.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일시중단 상태입니다.
커피뿐 아니라 직접 구운 디저트류도 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브런치 맛집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진지한 분위기에 대왕 마들렌이 웃음을 자아내내요. 시그니처 메뉴인 '선비의 정신'과 쿠키와 미니파운드케이크을 주문했습니다.
2층으로 난 계단에도 빼곡히 채워진 각종대회 상장들.
2층은 로스팅하는 공간과 화장실입니다.
드디어, 순간 모든 시름을 잊게 만들만큼 매혹적인 향기를 뿜는 커피가 나왔습니다. 수백잔, 수천잔 마셔온 커피인데 왜이렇게 심장이 두근대는걸까요? 기대가 크면 큰 감흥을 얻기 어려운 법인데... 선비의 정신은 그런 고민을 모두 날리고고 남을 만큼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맛에 대한 미사여구를 할 것도 없이 그냥 가서 꼭 맛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강렬한 첫모금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아요. 첫 맛은 신의 물방울이기보다는 악마의 키스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그렇게 강렬하고 깊은 맛이면 보통 씁쓸한 뒷맛을 동반하는데 '선비의 정신'은 놀랍도록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었습니다.
정말이지...딸깍발이는 디저트까지 진하고 향긋하더라고요. 도무지 흠잡을데 없는 곳이었습니다. 커피맛이 너무 훌륭하고 놀라워서 상대적으로 기억이 흐릿하지만...쫀쫀하고 밀도높은 맛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딸깍발이의 '선비의 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 마음의 No.1이 되었어요.
기대 그이상의 맛을 보여주는 카페 '딸깍발이'였습니다.
- 맛 ★★★★★
서울~수도권까지. 반경 40km이내 거주자라면 반드시 가봐야할 곳.
- 청결도 ★★★★☆
구도심의 낡은 건물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청결도.
- 친절도 ★★★★☆
은근하고 섬세한 배려와 친절함.
- 실내 분위기 ★★★★☆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 접근성 ★★★★☆
3,4호선 충무로역 1번출구 도보 5분
- 운영시간: 평일11:00~22:00 / 토 11:00~21: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 추천인원: 1~4인(단체석도 있음)
- 추천메뉴: 선비의 정신
- 가격대: 커피류 5500원부터
- 편의시설: 무선인터넷, 단체석, 포장
Address: 1층지번필동3가 10-18 /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 서애로 18-9